[시승기] 토요타 이젠 PHEV 맛집, 올 뉴 RAV4 직접 타보니

구형보다 강력해진 329마력…전기 주행거리 63→77㎞ 확대
급속충전까지 품었다…도심에선 전기차, 장거리선 하이브리드

[더구루=나신혜 기자] 오랫동안 하이브리드(HEV) 명가로 사랑받았던 토요타가 이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맛집'으로 돌아왔다. 지난 19일 열린 '올 뉴 RAV4(라브4)' 시승 행사에서 6세대 HEV 리미티드와 PHEV XSE, PHEV GS SPORT를 차례로 타봤다.

 

세 모델은 같은 라브4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주행 성격은 분명히 달랐다. HEV 리미티드는 편안하고 일상적인 SUV에 가까웠고 PHEV XSE는 전기모터를 바탕으로 시원하고 가볍게 치고 나갔다. GR SPORT는 '스포츠'라는 이름답게 즉각적인 반응성과 단단한 차체 움직임을 더했다. 개성이 뚜렷한 만큼 다양한 유형의 운전자를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김형준 토요타코리아 이사는 "'유어 어드벤처(Your Adventure, 당신의 모험)'라는 라브4의 캠페인 슬로건은 단순한 모험이나 오프로드 정복 이미지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며 "어떤 차를 선택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할 것인가 선택의 자유를 담고자 했다"고 밝혔다.

 

실내 소재와 인포테인먼트 완성도는 여전히 보완할 부분이 있다. 그러나 PHEV 파워트레인의 경쾌한 반응과 자연스러운 동력 전환, 77㎞의 전기 주행거리와 급속충전 기능은 분명한 경쟁력이다. 하이브리드 명가 토요타를 이제는 ‘PHEV 맛집’이라고 불러도 될 만했다.

 

 

◇ HEV 리미티드 AWD, 편안한 도심형 패밀리카

 

가장 먼저 주행한 HEV 리미티드 사륜구동(AWD)은 도심형 라이프스타일에 가장 적합한 모델이었다. 운전석에 올라타 출발해 보니 가속감은 부드럽고 자연스러웠다. 도심에서 차량 흐름을 따라가거나 차선을 변경할 때도 힘이 크게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다만 고속으로 가속할 때 약간 차체가 무겁다는 인상을 받았다. 순간적인 가속감이나 운전의 재미보다는 효율과 안정적인 이동에 초점을 맞춘 모델에 가깝다.

 

HEV 리미티드는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 이포(E4)와 다양한 편의사양을 갖췄다. 도심 주행뿐 아니라 캠핑이나 아웃도어 활동을 종종 즐기는 소비자를 겨냥한 모델이다. 가파른 내리막길에서 센터페시아 오른쪽에 있는 다운힐 어시스트 컨트롤(DAC) 버튼을 눌러봤다. 즉각적으로 제동력이 조절돼 브레이크를 계속 밟지 않아도 저속을 유지했다. 무거운 캠핑 장비를 싣고 산 중턱에 있는 캠핑장을 오갈 때 등 아웃도어 상황에서 유용할 듯하다.

 

플랫폼 개선 효과도 확인할 수 있었다. 토요타는 기존 GA-K 플랫폼을 다듬어 차체 강성을 이전 모델보다 10% 높였다. 고속 코너링 시에도 중심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했고 램프 구간에서도 쏠리는 감각이 덜했다.

 

 

◇ PHEV XSE 가볍고 시원한 속도감

 

세 모델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차량은 PHEV XSE였다.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부터 HEV 리미티드와 반응이 달랐다. 무거운 배터리를 탑재했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차체가 가볍게 움직였다.

 

신형 라브4 PHEV의 시스템 최고 출력은 329마력이다. 기존 모델보다 23마력 높아졌다. 단순히 숫자가 커진 것뿐 아니라 확실하게 체감됐다. 정차 상태에서는 전기차처럼 조용하고 부드럽게 출발했다. 가속페달을 조금 더 깊게 밟으면 곧바로 힘이 붙었다. 고속 주행 구간에서 시속 140㎞까지 속도를 높였을 때도 '속 시원하게 달린다'는 느낌이었다. 예상보다 속도가 빠르게 붙어 계기판을 다시 확인할 정도였다. 스포츠카처럼 운전자를 긴장시키는 폭발적인 반응은 아니지만 필요한 순간 기대 이상의 반응을 보여줬다.

 

PHEV는 배터리팩이 차체 아래에 위치해 무게중심이 낮다. 배터리 케이스 자체도 자체를 보강하는 역할을 했다. 유게 히로후미 토요타 라브 프로젝트 매니저는 "배터리 케이스가 차체 강성을 보강해 접지감 향상에도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주행거리도 늘었다. 1회 충전 전기 주행거리는 기존 63㎞에서 77㎞로 늘었다. 일반적인 도심 출퇴근 거리라면 평일에는 엔진을 거의 깨우지 않고 전기차처럼 주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구형에 없었던 DC 급속 충전 기능도 새롭게 적용됐다. 이전 모델은 외부에서 배터리를 빠르게 충전하기 어려워 결국 엔진 주행에 의존하게 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신형은 외부 급속충전소를 이용할 수 있어 전기 주행 모드를 더욱 적극적으로 확용할 수 있다. 강대환 토요타코리아 부사장은 “전체 라브4 사전 계약 대수 중 30% 정도가 PHEV”라고 밝혔다.

 

 

◇ GR SPORT, 같은 329마력에 다른 움직임

 

마지막으로 주행한 GR SPORT는 같은 PHEV 시스템을 사용하지만 XSE와 확연히 다른 성격을 보였다. 단순히 범퍼와 휠 디자인만 바꾼 것이 아니라 차체와 조향, 서스펜션을 별도로 조율한 모델이다. 전용 서스펜션과 전동식 파워스티어링 설정을 적용하고 퍼포먼스 댐퍼와 경량 20인치 휠도 장착했다 .

 

가속력 자체는 XSE 모델과 마찬가지로 시원했다. 하지만 운전대를 돌리자 차체 반응와 후면이 따라오는 움직임은 더 즉각적이었다. XSE가 조용하고 부드럽게 빠른 차라면 GR SPROT는 운전자에게 차량의 움직임을 조금 더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승차감을 포기한 모델은 아니다. GR SPORT의 타이어 편평비는 일반 모델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했다. 유게 매니저는 "라브4가 일상생활과 아웃도어에서 사용하는 실용적인 SUV인 만큼 온로드 주행 재미와 승차감을 함께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전용 브레이크와 전용 휠 디자인으로 시각적인 완성도도 높였다. 외관에서는 프론트 립과 리어 윙, 리어 디퓨저 등도 단순 장식이 아닌 공력 성능을 고려해 개발했다.

 

 

◇ 실내는 여전히 토요타

 

주행 성격은 트림마다 달랐지만 실내에서 느낀 장단점은 같았다. 외형은 구형보다 훨씬 세련됐다. 최신 토요타 디자인인 해머헤드를 적용한 전면부와 입체적인 헤드램프, 차체 색상으로 마감한 그릴이 강인하면서도 깔끔한 인상을 냈다. 물리 버튼을 충분히 남긴 점도 장점이다. 주행 중에도 안전하고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버튼을 눌렀을 때의 감촉과 조작감도 명확했다. 유게 매니저는 "스위치 설계 과정에서 운전자가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고려했다"고 힘을 실었다. 

 

12.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는 가장 만족스러운 실내 변화였다. 화면이 크고 시원해 지도와 차량 정보를 확인하기 편했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함께 구형의 오래된 실내 분위기를 상당 부분 지워냈다. 하지만 실제 사용 과정에서는 아쉬움도 남았다. 애플 카플레이를 연결해 음악을 재생하자 차량 기본 내비게이션의 안내 음성이 들리지 않았다. 음악이 나오는 동안 내비게이션 안내 음량이 자연스럽게 확보되지 않아 길 안내를 놓칠 수 있었다.

 

토요타는 신형 라브4에 차세대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 ‘아린(Arene)’을 처음 적용하고, 이 차를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의 출발점으로 정의했다. 유게 매니저는 "안전 시스템과 인포테인먼트를 하나의 기반에서 개발해 각 시장에 더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 당장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커진 화면과 그래픽 개선에 가까웠다. 플랫폼의 잠재력과 별개로 카플레이와 기본 내비게이션처럼 자주 사용하는 기능의 연동은 더 세밀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디자인적으로도 내부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는 직선 위주로 구성됐고 소재와 디자인도 다소 투박했다. 6000만원대 PHEV라는 가격을 고려하면 한층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필요해 보였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이 빠진 점 또한 아쉬웠다. 최근 널리 적용된 편의사양인 만큼 역체감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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