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합의, 사실상 미국의 항복"…세계 질서 '다극화' 가속

美·러 영향력 약화 속 中 전략적 기회 확대
독일·일본 재무장에 군비 경쟁 우려

 

[더구루=변수지 기자] 미국의 이란전 패배론이 미국 중심 국제 질서의 균열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러시아의 동시 약화 속에 중국 부상과 독일·일본 재무장이 맞물리며 세계 안보 지형이 재편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칼럼을 통해 “미국의 이란전 패배가 미국 중심 국제 질서의 균열을 드러내고 세계 지정학 구도의 다극화를 앞당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칼럼은 “미·이란 합의가 사실상 미국의 항복에 가깝다”며 “중동은 물론 세계 안보 질서에도 파장이 번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이란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했으나, 실제로는 미국이 양보하는 모양새가 됐다는 지적이다.

 

이어 “초기 보도된 14개항 합의안이 사실이라면 이번 합의는 이란 핵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갈등의 근본적 해법이 되기 어렵다”며 “오히려 수년간 ‘가짜 전쟁’을 이어가게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합의의 파장은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이란과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군사적 한계를 드러냈다”고 짚었다. 피오나 힐 전 백악관 국가안보 당국자는 “두 나라가 전쟁을 거치며 이전보다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할 수단이 줄었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약화는 중국에 전략적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과 싸웠고 중국이 이겼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직접 개입 없이도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이를 미국 단극 체제에서 다극화 구도로 넘어가는 신호로 해석했다.

 

미국 중심 질서가 흔들리면서 동맹국들의 안보 전략도 달라지는 모습이다. 독일과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해온 군비 확대 자제 기조를 깨고 재무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독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000억 유로(약 175조6000억원) 규모의 특별방위기금을 조성해 군 현대화에 착수했고, 일본은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반격 능력 확보에 나섰다.

 

블룸버그는 “강대국 의존을 줄이려는 ‘디리스킹(de-risking)’ 확산이 군비 경쟁과 핵확산 위험을 키우고, 국제 공공재를 책임질 국가가 없는 ‘G제로(G-Zero)’ 세계를 앞당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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