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등용 기자]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출량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경우 대체 경로가 없는 상황이라 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캐나다 대형 투자은행(IB) ‘RBC 캐피털 마켓(RBC Capital Markets)’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란 전쟁 전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통행량이 당분간 깨지지 않을 '정점'이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실질적인 운영 통제권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형태로 분쟁이 종식된다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물동량은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운 전문 매체 ‘로이즈 리스트(Lloyd’s List)‘도 “이러한 시나리오 하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량이 전쟁 전의 60~70%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다”며 “중국계 선박은 자유롭게 이동하는 반면 서방 선박의 통행에는 이란과의 양자 합의가 필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일부 파멸적인 시나리오처럼 즉각적인 경기 침체를 유발하지는 않겠지만, 전쟁 전 수준으로의 반등을 허용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항행의 자유가 아니라 정치적 동맹 관계에 따라 접근권이 결정되는 '영구적으로 이분화된 해협'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홍해 사례도 언급되고 있다. 지난 2023년 예멘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가자지구 전쟁에 대응해 홍해를 건너던 상업용 선박을 나포한 바 있다. 이후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일일 통행량이 지난 2023년 75척에서 절반 이상 줄었으며, 아직까지 정상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 데이터 분석기관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S&P Global Market Intelligence)’는 “후티 반군은 지난해 말 이후 홍해를 건너는 선박을 공격하고 있지 않지만, 지난 2023년 수준으로 통행량이 돌아가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홍해 사례보다 더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홍해의 경우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통한 우회로가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은 우회로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로이즈 리스트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일부 물량을 빼낼 수 있겠지만 모든 물량을 소화할 수는 없다”면서 “호르무즈 해협은 원유 뿐만 아니라 비료, 기타 원자재 유통에도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