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대만 TSMC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발맞춰 주력 선단 공정인 3나노미터(nm)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가격을 대폭 인상한다.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단가 상승이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계의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며 반도체 시장 전반의 가격 인상 릴레이를 촉발할지 주목된다.
28일 대만 공상시보(CTEE)에 따르면 이 매체는 최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TSMC가 올해 하반기 3나노 단가를 최대 15% 올릴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파운드리 공급망 전반에 걸친 고객사들의 칩 주문량이 설비 확충 속도를 크게 웃돌면서 내년에도 5~10% 수준의 추가 가격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3나노 공정 가격 인상 배경에는 특정 고객사의 일시적인 긴급 주문이 아닌 전체 첨단 공정 수급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스마트폰용 시스템온칩(SoC)이 주도하던 3나노 수요는 최근 AI 서버 플랫폼 교체 주기가 시작되며 엔비디아, AMD, 구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빅테크 기업들의 전면적인 도입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들이 범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의존도를 낮추고자 자체 커스텀 주문형반도체(ASIC) 개발에 사활을 걸면서 전례 없는 칩 투입(Tape-out) 경쟁이 촉발됐다. 전 세계적인 AI 연산 능력 확보전이 심화됨에 따라 3나노 등 첨단 공정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생산 능력과 수율, 공급망 통합 능력을 겨루는 전방위적 자본 경쟁의 핵심 무기로 격상했다.
주문이 쏟아지며 TSMC의 3나노 주력 생산 거점인 대만 팹18(Fab18)은 일찌감치 풀가동 체제에 돌입했다. 웨이퍼 투입량 기준 올해 초 월 13만 장 수준이었던 3나노 생산 능력은 2분기 들어 16만~17만 5000장 규모까지 늘어났음에도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다. AI 칩 생산에 가장 성숙한 양산 공정으로 꼽히는 3나노가 아직 수율 안정화 단계인 2나노 대비 안정적인 수율과 비용 효율을 제공하고 있어 고객사들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TSMC는 독보적인 기술적 우위를 앞세워 지난 수년간 가공 단가를 꾸준히 인상해왔다. 주요 고객사인 애플이 처음 위탁생산을 맡겼던 2013년 5000달러 수준이었던 28나노 웨이퍼 가격은 공정 미세화를 거쳐 지난해 3나노 기준 1만8000달러 선까지 3배 이상 뛰었다. 앞서 2022년 10%, 2023년 5% 인상에 이어 지난해 미국발 관세 리스크에 직면하자 7나노 이하 첨단 공정 가격을 15% 이상 대폭 인상했다. 또 작년 말 대형 고객사들과 올해 공급 단가를 최대 10% 올리기로 합의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