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등용 기자] AI 열풍의 수혜주로 평가 받는 일본 광케이블 제조사 ‘후지쿠라(Fujikura)’의 주가가 급락했다. 실망스러운 실적 전망과 함께 기대 이하의 중기 사업 계획이 영향을 미친 결과다. 원자재 공급망 리스크까지 맞물리면서 AI 인프라 랠리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하고 있다.
27일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후지쿠라 주가는 지난 13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현재 약 30% 하락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 19일 발표한 후지쿠라의 중기 사업 계획에서 비롯됐다. 후지쿠라는 오는 2028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3150억 엔(약 3조원)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시장 예상치인 4550억 엔(약 4조3000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같은 전망은 후지쿠라의 생산 능력이 시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오카다 나오키 후지쿠라 사장은 "치바현 신공장이 가동되더라도 생산 능력이 여전히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재 부족도 증산을 쉽사리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후지쿠라는 수소와 헬륨 공급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으며, 헬륨의 경우 이란 전쟁으로 인해 공급난이 더욱 심화한 상황이다.
일본 이와이코스모 증권은 "후지쿠라가 생산 능력을 충분히 확장하지 못했다는 점이 시장의 기대와 현실 사이에 거대한 공백을 만들었다"며 "더 많이 만들고 싶어도 쏟아지는 수요를 완전히 감당할 수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후지쿠라 외에 다른 일본 동종 업체들의 주가도 하락세를 면하지 못했다. 전선업체인 ‘후루카와 전기(Furukawa Electric)’와 ‘스미토모 전기공업(Sumitomo Electric Industries)’의 주가도 지난 13일 이후 일본 니케이 지수 수익률을 밑돌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AI 관련 기업들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지속가능한지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후지쿠라의 주가는 폭락을 겪은 후에도 여전히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40배를 웃돌고 있다. 이는 일본 종합주가지수인 토픽스(Topix) 지수의 평균인 약 18배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실적 발표 전 상대강도지수(RSI)도 80에 육박해 강한 과매수 상태를 보였다.
글로벌 독립 리서치·투자 자문사인 ‘어시메트릭 어드바이저스(Asymmetric Advisors)’는 “전력 병목 현상 등으로 인해 데이터센터 구축이 지연되고 있다는 사실을 시장이 깨닫게 된다면, 전선 기업들이 가장 먼저 혹독한 주가 하락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케이블에 대한 수요 전망 자체는 여전히 견고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RU 그룹’은 2024년부터 2030년까지 글로벌 데이터센터 케이블 수요가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22.4%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