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필리핀, 니켈 협정 체결…동남아판 '니켈 OPEC' 추진

인니·필리핀, 전 세계 1·2위 니켈 생산국
인니 제련 기술·필리핀 광석 보유량 강점
美 주도 공급망 재편서 역할 강화 의도

 

[더구루=정등용 기자]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이 니켈 협정을 체결했다. 니켈에 대한 공급망 통제권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다. 석유 시장의 ‘OPEC(석유수출국기구)’처럼 니켈 시장에서 동남아 국가들의 목소리를 키우겠다는 의도다.

 

11일 글로벌 광산업계에 따르면, 인니 니켈광업협회(APNI)와 필리핀 니켈산업협회(PNIA)는 최근 니켈 연합 구축을 위한 MOU를 맺었다.

 

인니와 필리핀은 전 세계 1·2위의 니켈 생산국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두 나라의 니켈 생산량은 전 세계 생산량의 73.6%를 차지했다.

 

이번 MOU로 두 나라는 강력한 니켈 무역 블록을 구축한다. 단순한 생산 협력을 넘어 정보 교환과 부산물 처리를 위한 지속 가능한 기술을 함께 개발한다. 니켈 가격 안정화와 공급 조절을 논의하는 기구도 구성할 예정이다.

 

아일랑가 하르타르토 인니 경제조정장관은 “이번 협력은 인니의 니켈 제련 역량과 필리핀의 니켈 광석 공급을 연결하는 체계적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두 나라가 직면한 기술적·물류적 과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협력은 양국의 부족한 점을 채워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인니는 HPAL(고압산침출) 공정 등 세계적인 제련 시설을 갖췄지만, 최근 수출 통제에 들어가며 니켈 광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니는 이번 협력을 통해 필리핀으로부터 니켈 광석을 공급 받을 계획이다.

 

필리핀은 풍부한 니켈 광석을 보유 중이지만 자체 제련 시설이 부족하다. 필리핀은 올해 인니에 약 3000만톤의 니켈 광석을 수출하고, 대신 인니의 제련 기술을 전수 받아 자국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노리고 있다.

 

특히 이번 협력은 지정학적 공급망 다변화의 의도도 깔려 있다. 현재 인니의 니켈 제련 시설 상당수는 중국 자본이 장악하고 있다. 필리핀과의 협력은 중국의 영향력을 낮추고, 미국 및 서방 국가들과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목적도 있다.

 

또한 인니와 필리핀은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동남아 국가의 목소리를 키우기 위해 이번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동남아가 미국에 대체 불가능한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공급망 재편에 보다 많은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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