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예지 기자] 현대글로비스가 기후 위기로 휘청이는 파나마 운하를 우회해 멕시코 대양 회랑을 관통하는 새로운 '물류 고속도로'의 실질적 효용성을 입증했다. 지난해 첫 시범 운영에 이어 올 상반기 대규모 수송 작전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공급망의 고질적인 병목 구간을 타개할 전략 자산을 확보하게 됐다. 단순한 경로 다변화를 넘어, 기존 해상 패권을 쥐고 있던 파나마 운하의 독점적 지위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올 상반기 멕시코 '테우안테펙 지협 인터오션 회랑(CIIT)'을 통해 완성차 900대를 미국 동부 조지아주 브런즈윅 항까지 수송하는 대규모 작전을 성공리에 마쳤다.
이번 성과는 단순한 시범 운영을 넘어 실질적인 상업화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3월 '글로비스 코스모스(Glovis Cosmos)'호로 첫 물꼬를 튼 지 1년 만에 다시 한번 멕시코 대륙 횡단 철도 '라인 Z(Line Z)'를 가동했다. 900대의 차량은 단 9시간 만에 멕시코 육로를 가로질렀으며, 환적을 포함한 전체 운송 시간은 72시간에 불과했다. 기존 파나마 운하 통과 대기 시간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속도라는 평가다.
민간 국방·안보 전문지 인디언 디펜스 리뷰(Indian Defence Review) 등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가 다시금 글로벌 물류 시장을 뒤흔든 이유는 파나마 운하의 고질적인 수위 저하 문제가 한계치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실제 파나마 운하는 핵심 수원인 가툰 호수(Gatún Lake)의 저수량 부족으로 하루 통항 선박 수를 기존 38척에서 22척 수준까지 줄이는 등 극심한 운영 차질을 빚고 있다. 적기 배송이 생명인 완성차와 같은 고부가가치 화물 분야에서 멕시코 루트가 강력한 대안으로 부상한 이유다.
현대글로비스가 활용한 CIIT는 멕시코 해군(SEMAR)이 운영하는 복합 물류 플랫폼이다. 선박과 철도를 잇는 환적 과정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현대글로비스는 기후 리스크로부터 자유롭고 예측 가능한 물류 스케줄을 확보하기 위해 이 루트를 선제적으로 선택했다. 멕시코 현지에서는 이번 운송 성공을 통해 CIIT가 상업적 규모의 국제 화물을 처리할 준비가 되었음을 입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루트 선점이 글로벌 물류 시장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현대차그룹의 전략적 포석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 내 니어쇼어링(Nearshoring) 열풍으로 멕시코의 전략적 가치가 급등하는 시점에서, 1년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 온 횡단열차 노선 활용은 현대글로비스의 글로벌 물류 리스크 관리 능력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다.
물류 업계 전문가들은 현대글로비스의 이번 행보가 특정 해상 경로에 의존하던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분산시켰다고 분석한다. 대량 컨테이너 화물은 여전히 운하의 효율성이 높지만, 안정적 스케줄이 핵심인 완성차 물류 분야에서는 멕시코 루트가 파나마 운하의 강력한 대항마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