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예지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강조해온 글로벌 항공 유지·보수·장비(MRO) 사업 확장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동남아 유력 항공정비 기업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정비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항공 운송을 넘어 고부가가치 정비 사업으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한다는 구상이다.
22일 디비에이션(Dviation)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말레이시아 샤알람에서 디비에이션 자회사 디비에이션 테크닉스(Dviation Technics)와 항공기 라인 정비 및 항공 정비 인재 양성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전역에서 대한항공 항공편에 대한 안정적인 라인 정비 지원 체계를 구축한다.
이번 MOU의 핵심은 대한항공의 노선 확대와 기단 다변화에 대응한 정비 대응력 강화다. 디비에이션 테크닉스는 신속히 투입 가능한 현장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우선 기술 지원을 제공하며, 신규 노선 취항과 항공기 기종 확대 시 현지에서 즉각적인 정비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양사는 △기체 및 엔진 정비 △항공기 도장 △객실 개조 △리스 종료 관리 등으로 협력 범위를 중장기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한 현장 중심의 현장 실무 교육(OJT) 프로그램과 Part-66/147 기반 전문 기술 교육 과정을 공동 운영하며, 항공 정비 인력 부족 문제에도 대응한다.
은희건 대한항공 정비지원부 상무는 "디비에이션은 동남아 지역에서 협력을 강화하기에 최적의 파트너"라며 "이번 전략적 제휴를 계기로 양사 간 협력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을 조 회장이 강조해온 정비 경쟁력 사업화 전략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조 회장은 항공 안전의 핵심인 정비 역량을 단순한 비용 요소가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 확장 가능한 독립적인 수익 사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비전을 지속적으로 제시해왔다.
◇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로 정비 고도화·공급망 안정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2021년 미국 프랫앤휘트니(P&W)의 차세대 GTF 엔진 정비 협력체 가입을 통해 정비 물량을 선점했고, 같은 해 독일 MTU Maintenance 등 글로벌 기업들과 기술 협력을 맺고 정비 고도화를 추진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조 회장의 '안전 경영' 기조 아래 파트너십을 더욱 넓혀왔다.
지난해 상반기 싱가포르 ST엔지니어링과 포괄적 정비 협업 체계를 구축한 데 이어, 12월에는 미국 델타항공 자회사 델타 테크옵스와 보잉 737 맥스 엔진(LEAP-1B) 정비 계약을 체결하며 대한항공 차세대 기단의 안정성을 확보했다. 지역 거점 확장세도 가파르다. 이집트 민간항공부와 기술 협력을 논의하고 베트남 롱탄국제공항 내 정비시설 구축을 위해 베트남항공과 협력하는 등 글로벌 MRO 거점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 전문 기업 인코라(Incora)와는 협력 20주년을 맞아 파트너십을 갱신, 통합 항공사 출범에 대비한 부품 수급망을 한층 강화했다.
◇ 영종도 클러스터 가동 준비 박차...아시아 정비 허브 도약
이러한 전방위적 네트워크 확장은 가동을 앞둔 인천 영종도 엔진 정비 클러스터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사전 작업이다. 대한항공은 약 5780억원을 투입해 영종도 운북지구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엔진 정비 클러스터를 구축 중이며, 지난 2024년 3월 기공식을 시작으로 현재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2027년 본격적인 통합 가동을 앞두고 올해 정비 설비 확충과 시운전 등 운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 클러스터는 GE 에어로스페이스와 롤스로이스 엔진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정비 허브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대한항공은 항공 수요 회복과 함께 구조적으로 성장하는 글로벌 MRO 시장에서 선제적인 네트워크 구축이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판단 아래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