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최근 인도에서 발생한 보잉 787 추락 사고에도 해당 기종의 연료 차단 스위치 설계에 결함은 없다고 판단했다. 같은 사고를 두고 선제 점검에 나선 우리 항공 당국과 달리 FAA는 결함 가능성을 일축하고 기체 운영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19일 업계에에 따르면 "연료 제어 스위치 설계와 잠금 기능은 여러 보잉 기종에서 유사하다"며 "787 기종을 포함해 어떠한 항공기에서도 감항성 지침(AD)을 내려야 할 만큼의 '안전성 결함(unsafe condition)'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FAA는 사고 직후 연료 스위치 설계를 재검토했지만 시스템적인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인도 항공사고조사국(AAIB)이 발표한 예비 조사 결과와는 대조적이다.
AAIB는 에어인디아가 보유한 보잉 787 드림라이너가 이륙 직후 추락하면서 양쪽 엔진이 꺼졌으며, 직전 해당 스위치가 '런(RUN)'에서 '컷오프(CUTOFF)'로 전환된 정황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다만 블랙박스 대화록에 따르면 조종사 간 스위치 조작 여부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문제가 된 연료 차단 스위치는 조종석 중앙 콘솔에 위치하며 실수로 작동되지 않도록 보호 캡이 덮인 토글 형태다. 조종석 녹취록에는 한 조종사가 "왜 연료를 차단했지?"라고 묻자, 다른 조종사가 "나는 하지 않았다"고 답한 대화가 담겼다. 스위치를 다시 '런'으로 되돌린 시점엔 이미 양쪽 엔진의 추력이 상실된 상태였다.
FAA는 2018년에도 유사한 우려가 있었지만, 감항성 지침 발행은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번 사고에 대해서도 시스템적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혀 설계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반면 한국 국토교통부는 이와 다른 대응에 나섰다. 국토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가 운용 중인 보잉 787 전 기체에 대해 연료 스위치 중심의 점검을 지시했으며, 사고 사례는 없지만 선제적 조치라고 밝혔다. 점검 일정은 항공사별로 조율 중이다.
보잉은 사고 조사에 전면 협조하고 있으며, 연료 스위치 설계와 내부 품질관리 기준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AA 역시 인도 조사 당국의 최종 보고서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대응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