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첨단산업 자원 '헬륨' 공급망 재편…韓 기업 협력 기회 커지나

2025.07.19 07:00:03

美 헬륨 비축 자산 민간 이양 후 공급망 재편 가속
전략 자원으로 떠오른 헬륨…반도체 등서 수요 폭증

[더구루=정예린 기자] 글로벌 헬륨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미국이 민간 주도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급 다변화와 기술 고도화를 중심으로 자립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도 주목된다.

 

19일 코트라(KOTRA) 달라스무역관에 따르면 미국은 첨단 산업 전반에 걸쳐 핵심 자원으로 부상한 헬륨의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민간 탐사 확대, 재활용 기술 개발, 정책 지원 등 다각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연방정부가 운영해온 비축분이 작년 완전히 민간으로 이양되면서, 시장 구조가 공공 중심에서 민간 주도로 전환된 것이 직접적인 배경이다.

 

헬륨은 반도체·의료장비·양자컴퓨팅·우주항공 등 분야에서 불활성, 초저온, 고순도 환경 조성에 필수적인 희귀 가스로, 대체재가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전략 자원으로 분류된다. 특히 헬륨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산업 중 하나인 반도체 분야는 수요 급증세가 두드러진다. 시장조사업체 아이디테크엑스(IDTechEx)는 글로벌 헬륨 수요가 지난해 약 1억6100만㎥에서 오는 2035년 3억2200만㎥로 2배 증가하고, 이 중 반도체 산업 수요는 같은 기간 5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은 헬륨 확보 전략을 연방 차원의 제도 운영에서 민간 주도의 자율 공급망 체제로 이행하고 있다. 기존 연방 비축 시스템은 헬륨 저장 인프라 노후화와 가격 왜곡 등 문제로 2013년 헬륨 관리법(HSA) 제정을 통해 단계적 민영화를 추진했고, 2024년 클리프사이드 저장소 및 잔여 비축분을 독일계 가스기업 메서(Messer)에 전면 매각했다. 미국의 헬륨 생산은 주로 텍사스, 캔자스, 애리조나 등 천연가스 자원이 풍부한 내륙 지역에 집중돼 있으며, 최근에는 미네소타주 바빗 일대 신규 탐사 프로젝트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미국 내 연간 헬륨 생산은 2024년 기준 약 8100만㎥로, 판매금액 기준 약 11억 달러 규모로 집계된다. 같은해 소비량은 약 5900만㎥로 추정되며, 통계상 수요는 충당되고 있으나 수입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다. 2024년 미국의 헬륨 수입량은 약 1200만㎥로,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주요 수입국은 카타르(40%), 캐나다(36%) 등으로, 공급 구조가 특정 지역에 편중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에어프로덕츠, 린데 등 글로벌 가스 공급기업들은 북미 시장의 수급 불안정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미국 내 일부 고순도 헬륨은 여전히 수출되고 있다. 이는 다국적 기업과의 장기 계약 기반 공급이나, 정제 능력을 갖춘 일부 민간기업의 글로벌 영업 확대 전략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024년 미국의 헬륨 수출액은 5억473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6% 증가했다. 주요 수출 대상국은 일본, 벨기에, 한국 등으로 나타났다.

 

생산·수출 구조가 민간으로 전환되고 공급망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미국 정부는 기술 투자와 인프라 확충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에너지부 산하 ARPA-E는 천연가스 비의존 헬륨 회수 기술, 고순도 정제 멤브레인, 전기화학적 분리 시스템 등 다수의 연구개발 과제를 민간·학계와 공동으로 추진 중이다. 동시에 펄사헬륨(Pulsar Helium) 같은 민간 탐사기업은 고농도 매장지 발견을 기반으로 2028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시추와 경제성 평가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항공우주, 헬스케어 산업 전반에 걸쳐 헬륨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현재 미국이 자국 내 민간 중심의 헬륨 공급 체계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들도 조기에 기술 협력 또는 전략적 지분 참여를 통해 안정적 조달 경로를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수입 리스크를 완화하는 동시에 중장기적 공급망 자립도를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헬륨 공급망 강화를 위한 미국의 기술·정책적 노력과 연계해 공급원 공동 개발, 첨단 기술 협력, 민관 파트너십 구축 등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하고 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협력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국내 헬륨 수급의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양국 간 공급망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예린 기자 yljung@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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