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엔비디아의 HBM3E 요구사항 관련 수율은 현재 어디까지 달성했나요?"
"파운드리 사업 적자 커지고 있는데요. 어떻게 개선할 계획인가요?"
19일 오전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제56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는 주가 부진에 대한 주주들의 성토가 쏟아진 자리였다. 특히 '주주와의 대화' 시간에 나온 10개 이상의 질문 중 절반 이상이 반도체 관련 내용이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부족과 파운드리 사업의 적자, 중국의 추격 등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은 주가 부진의 원인이 반도체에 있는지를 묻는 한 주주의 질문에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 대한 초기 대응이 늦었다"고 인정했다. 이어 "올해 2분기, 늦으면 하반기부터 고객 수요에 맞춰 HBM3E 12단을 램프업(생산량 확대)을 하고, HBM 비트 공급량을 전년 대비 2배 늘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 부회장은 "빠르면 2분기, 늦어도 하반기에는 삼성의 HBM3E가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HBM4와 커스텀 HBM 같은 차세대 제품은 실수를 범하지 않고자 계획대로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기업들의 추격에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초격차를 유지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아직 중국이 따라오지 못한 HBM,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LPDDR5 등 고용량·고성능 제품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파운드리 사업의 부진에 대한 질문도 잇따랐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도입해 3나노(1㎚=10억분의 1m) 양산에 성공했으나, 세계 1위인 대만 TSMC와의 점유율 격차는 여전히 크다.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GAA 기술로 양산하는 회사는 삼성이 유일하며 (삼성이) 선단 노드에서 기술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수율을 빠르게 높여 수익성을 올릴 위치에 최단기간에 도달하는 게 당사 목표"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맞아 미중 갈등이 우려되는 가운데, 중국 시안팹의 운영 방안에 대한 질문도 제기됐다. 전 부회장은 "중국은 당사 수요처 중 하나며, 시안팹은 현지 시장 대응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지정학적 이슈로 시안팹 운영 난이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한국, 미국, 중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해 팹 운영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주총의 단골 질문이던 대형 인수·합병(M&A)은 올해 또 언급됐다.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은 2017년 전장·오디오 회사 '하만'을 인수한 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특히 반도체 분야는 주요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승인 문제도 있어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반드시 성과를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는 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신제윤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또한 이사회 결의를 통해 전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하며 한 부회장과 함께 2인 대표이사 체제를 복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