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현수 기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Pfizer)와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엔브렐(Enbrel)' 호주 특허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현지 법원은 쟁점이 된 화이자의 특허 청구 13건 가운데 12건에 대한 진보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효라고 판단했다. 2017년 시작된 9년여의 법정 다툼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16일 더구루가 입수한 호주 연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스티븐 벌리(Stephen Burley) 판사는 화이자가 삼성바이오에피스, MSD(Merck Sharp & Dohme), 오가논(Organon), 애로우제약(Arrow Pharmaceuticals) 등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피고 측이 제기한 특허 무효 반소에 대해서도 청구항 대부분이 진보성 결여로 무효라는 결론을 내리며 삼성바이오에피스 측 손을 들어줬다.
엔브렐은 류마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쓰이는 화이자의 대표 생물의약품이다. 인체 종양괴사인자수용체2(TNFR-2)의 세포 외 리간드(수용체 결합 신호 전달 물질) 결합 부위와 면역글로불린G1(IgG1)의 Fc(Fragment crystallizable) 부위를 결합한 융합단백질 '에타너셉트(etanercept)'가 주성분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 에타너셉트 성분의 바이오시밀러(동등생물의약품) '브렌자이스(BRENZYS)'를 개발해 호주 치료용품등록부(ARTG)와 의약품급여제도(PBS)에 등재했다.
화이자는 브렌자이스 생산 공정이 '폴리펩타이드 생산' 관련 자사 호주 특허(2005280034호)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2017년 예비 증거개시(preliminary discovery) 절차에 돌입했다. 이후 2022년 5월 증거개시 공방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본안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특허는 세포 배양을 통해 치료용 단백질을 대량 생산하는 공정에 관한 것으로, 소송 중인 지난해 8월 26일 만료됐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실제로 화이자 특허의 청구항을 그대로 구현하는 공정을 썼는지 침해 여부다. 또 다른 쟁점은 애초에 해당 특허 청구항이 유효한지에 대한 판단이다.
화이자 측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브렌자이스 생산에 사용해 온 공정 A와 공정 B가 모두 자사 특허의 필수 구성요소인 '최대 가능 생존세포밀도(mpVCD)' 구성요소를 충족한다고 주장했다. 공정 B의 경우 배양 초기 배지에 글루타민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글루타민 함유 배지' 구성요소 충족 여부도 함께 다퉜다.
법원 판단의 결정적 근거는 화이자 측 증거의 신빙성이었다. 화이자는 매슈 크로건(Matthew Croughan) 박사 전문가 증언을 통해 기존에 확보된 배양 데이터를 외삽(extrapolation)하는 방식으로 mpVCD 구성요소 충족을 입증하려 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런 추정 방식에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화이자가 입증 책임이 있음에도 직접적인 실험 데이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도 비판했다. 이에 더해 공정 B의 경우 배양 초기 배지의 글루타민 관련 구성요소마저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하면서 침해 주장 전체를 기각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측은 침해 소송과 별개로 특허 자체가 무효라는 반소도 제기했다. 이 공방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측이 2003년 공개된 미국 특허(델라크루즈 특허)를 핵심 선행기술로 제시했다. 당시 통상의 기술자라면 화이자 특허 발명에 손쉽게 도달할 수 있었다는 논리로, 진보성 결여 입증을 시도했다.
법원도 이 같은 주장을 받아 들였다. 통상적 기술지식이 있는 기술자가 델라크루즈 특허를 참고할 경우 화이자 특허의 핵심 구성요소에 손쉽게 도달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쟁점이 된 청구항 13건 가운데 12건을 모두 진보성 결여로 무효로 판결했다.
벌리 판사는 "양측 당사자와 법률대리인들이 쟁점의 수를 줄이고 이를 최대한 압축하는 등 법원을 돕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면서도 "화이자는 피고의 브렌자이스 제조 공정에 특허 필수 구성요소가 존재한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못 박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