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홍성일 기자] 중국 주요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조달 비용 폭등으로 인해 AI 가속기 제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했다. HBM 수급난이 심화되면서 엔비디아, AMD 등 서방제 칩을 대체하려는 중국의 'AI반도체 자립' 로드맵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1일 로이터에 따르면 화웨이는 4분기 공급을 개시할 차세대 AI 가속기 '어센드 950DT(Ascend 950DT)'의 가격을 25만 위안(약 5000만원) 이상으로 책정했다. 로이터는 해당 가격이 2개월 전 고객사에 제시했던 것보다 조건에 따라 20%에서 최대 50%까지 급등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신제품뿐 아니라 구형 제품 가격도 일제히 상승했다. 연초 약 6만 위안(약 1200만원)에 판매되던 '어센드 950PR'의 공급가는 최근 8만 위안(약 1600만원) 이상으로 약 30% 올랐으며, '어센드 910C' 역시 9만 위안(약 1800만원)에서 현재는 11만 위안(약 2200만원) 이상으로 20% 넘게 가격이 치솟았다.
가격 인상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중국판 엔비디아'로 불리는 캠브리콘(Cambricon)은 차세대 플래그십 칩 '690(가칭)'의 예상 가격을 두 달 전보다 20~30% 상향 조정했다. '메타X(MetaX)'와 '일루바타르 코어X(Iluvatar CoreX)' 역시 비슷한 폭으로 공급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AI 칩 가격 급등은 글로벌 HBM 품귀 현상과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가 맞물린 결과다. 현재 첨단 HBM 시장은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의 마이크론이 사실상 과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정부가 대중국 HBM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현재 중국 AI 칩 제조사들은 우회 유통망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를 조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상 거래가의 수 배에 달하는 프리미엄이 붙었고, 늘어난 메모리 비용은 고스란히 완제품 가격에 전가되고 있다.
업계는 메모리 비용 폭증이 중국 빅테크의 AI 인프라 구축 부담을 가중시키고, 장기적으로 독자 AI 생태계 확장에 심각한 병목을 초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규제로 약 500억 달러(약 67조3000억원) 규모의 중국 AI 칩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누려온 현지 제조사들이 HBM 공급 병목이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며 "자국 빅테크의 AI 칩 수요가 폭발하는 상황에서 공급 부족으로 인해 가격 인상 압박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