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진유진 기자] '8200억원'. 이는 팔도 올해 해외 매출 예상치다. 팔도가 스페인 식품기업 GB푸드의 러시아 사업 부문을 인수한 지 4년 만에 해외 매출 8000억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 기업들이 잇따라 러시아를 떠나던 시기, 오히려 현지 유통망과 생산 인프라를 사들이는 '역선택'을 감행한 결과다. 특히 러시아를 발판 삼아 베트남과 중국으로도 사업 영역이 넓어지면서 팔도는 유라시아 전역을 아우르는 글로벌 식품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팔도 지난해 해외 법인·수출 매출 총합은 7995억원에 달한다. 지역별 △러시아(도시락루스·코야 기준) 6328억원 △베트남(팔도 비나) 1398억원 △중국(덕기식품상해) 269억원 등이다.
이는 지난 2022년 10월 GB푸드 인수하고 3년 만에 거둔 성과로 최근 성장세를 감안하면 올해 82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성과의 핵심 배경은 GB푸드의 러시아 사업 부문 인수에 있다. 팔도는 지난 2022년 GB푸드의 러시아 사업권을 1000만 달러(약 135억원)에 사들였다. 소스류와 인스턴트라면, 스프, 허브티 등을 세계 50개국에 팔며 연간 1조8500억원 매출을 올리던 GB푸드였지만, 러시아 사업만 놓고 보면 물류난과 전쟁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있던 상태였다. 팔도는 이 틈을 파고들었다. 라면 중심이던 사업 구조에 소스류를 더해 비(非)라면 식품으로 카테고리를 다각화하는 동시에, GB푸드가 갖고 있던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등 인근 8개국 유통망까지 손에 넣었다.
당시 시점만 보면 무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맥도날드와 스타벅스가 러시아에서 짐을 싸던 그 무렵 팔도는 오히려 베팅했다. 이 선택은 곧바로 투자로 이어졌다. 인수 이듬해인 지난 2023년 팔도는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에 제3공장을 준공했고, 제분회사 '도시락탐보프'를 세워 원재료 조달을 자체 해결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올해 2월 5억3900만 루블(약 85억원)을 들여 신규 법인 '도시락씨지'도 설립했다. 조달-생산-유통을 잇는 현지 밸류체인이 4년 새 완성된 것이다.
해외 사업 확장은 러시아에만 머물지 않았다. 지난 2024년 베트남 떠이닌성에 제2공장을 완공, 기존 1공장과 합쳐 연간 최대 7억 개 라면 생산 체제를 갖췄다. 중국에서도 속도가 붙었다. 올해 1분기 중국 수출 물량은 970만 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70만 개의 14배에 달했다. 4월 한 달 수출량만 450만 개를 넘어섰다. 김치도시락, 매운맛, 치즈맛 등 4종 라인업을 내세워 러시아에서 통했던 현지화 전략을 그대로 중국에 이식하고 있다는 평가다.
성장세는 더 뚜렷하다. 팔도 러시아 유통법인 도시락루스와 제조법인 도시락코야 합산 매출은 지난 2021년 3026억원에서 지난해 6328억원으로, 4년 만에 두 배 넘게 증가했다. 특히 도시락루스의 경우 지난해 매출 5009억원은 국내 본사인 팔도 매출(4737억원)을 넘어섰다. 해외 자회사가 본사보다 몸집이 커진 셈이다.
팔도 관계자는 "GB푸드 인수는 라면에 편중된 제품 카테고리를 다각화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며 "현재 독립국가연합(CIS) 등 8개국에서도 사업을 운영 중이고, 도시락을 비롯한 제품군이 해외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