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량주 만들던 中 우량예, 전고체배터리 핵심 소재 만든다

2026.09.08 11:07:00

배터리 소재 기업 설립…톈위안 그룹 회장 영입
'술지게미 기반' 전고체배터리 음극재 공급 목표

[더구루=홍성일 기자] 중국 전통 백주(바이주) 제조업체 '우량예(Wuliangye·五粮液)'가 배터리 소재 전문 법인을 설립하고, 전고체배터리용 음극재 사업에 진출했다. 고량주 양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부산물을 고부가가치 기능성 소재로 탈바꿈시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

 

8일 중국 기술전문매체 '36kr'에 따르면 '이빈 푸화신소재 기술 유한공사(이하 푸화신소재)'는 최근 개최된 '2026 세계 전력 배터리 대회(World Power Battery Conference)'에서 독자 개발한 전고체배터리용 '실리콘-탄소 음극재'를 공개했다.

 

세계 동력 배터리 대회는 쓰촨성 정부가 매년 주최하는 글로벌 배터리 전문 콘퍼런스로, 올해 행사는 지난 3~4일 '중국 배터리 수도'로 불리는 이빈(Yibin)시에서 개최됐다. 전 세계 18개국에서 800여 명의 석학과 업계 관계자가 참석해 전고체배터리와 나트륨이온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 상용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실리콘-탄소 음극재를 공개한 푸화신소재는 지난달 초 이빈시 난시구 경제개발구역에 설립된 신생 법인으로, 등록 자본금은 1억5000만위안(약 300억원)이다. 표면적으로는 신생 스타트업으로 보이지만 지분 구조가 알려지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푸화신소재의 지분 60%를 우량예 계열 법인이 확보하고 있었던 것. 나머지 40%는 '중국 전기차 대부' 오우양밍가오(欧阳明高) 칭화대학교 교수가 이끄는 배터리 소재기업 '화이칭촹(Huayi Qingchuang)'이 보유하고 있다.

 

푸화신소재가 공개한 음극재도 백주 제조 과정에서 대량으로 배출되는 '술지게미'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이 소재는 우수한 전기전도도와 높은 기계적 강도, 넓은 비표면적을 확보해 충·방전 시 발생하는 실리콘의 급격한 부피 팽창을 효과적으로 완화한다"며 "기존 코코넛 껍질 기반의 다공성 탄소 대비 원가 경쟁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환경 폐기물을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점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우량예는 푸화신소재 설립과 함께 신임 회장으로 배터리 분야 전문가인 덩민(邓敏)을 임명했다. 덩민 회장은 국영 화학·소재 상장사인 톈위안그룹(Tianyuan)에서 30년간 재직하며 회장까지 맡았던 인물로, 염소·알칼리 화학 사업에 주력하던 회사를 배터리 핵심 소재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한 주역이다.

 

우랑예가 배터리 소재 분야에 진출하려는 배경에는 고량주 사업 둔화가 있다. 2025년 연례 보고서에 따른 우량예의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54.55% 감소한 405억2900만 위안(약 8조890억원), 순이익은 71.89% 감소한 89억5400만 위안(약 1조7865억원)이었다. 우량예는 실적 발표 후 주가가 하락하자 대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우량예는 이빈시 내 전고체배터리 생산 수요만 공략할 수 있다면, 충분히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빈시는 2019년 글로벌 1위 배터리 제조사인 닝더스다이(CATL) 생산기지를 유치한 이래 세계 최대 배터리 생산 허브로 급부상했다. 2025년 기준 중국 전체 배터리 생산량의 16%, 글로벌 생산량의 11%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업계는 우량예가 과거 완성차 사업의 뼈아픈 실패를 딛고 배터리 소재 분야에 다시 도전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우량예는 지난 2018년 카이이자동차(Kaiyi Auto) 지분 51%를 24억9400만위안(약 4988억원)에 인수하며 완성차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우량예가 완성차 대신 본업 부산물을 연계할 수 있는 부품 소재 분야에 진출하며 사업 리스크를 크게 낮췄다"면서도 "양산 설비 구축과 전고체배터리 시장 본격 개화까지는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우량예의 지속적인 자금 투입 여력이 사업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일 기자 hong62@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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