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홍성환 기자]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위기가 장기화되고 있음에도 중동 석유 부국들이 데이터센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 "중동 전쟁으로 데이터센터가 주요 공격 목표가 됐지만,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기업들이 주요 AI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UAE 국영 AI 기업 G42는 중동 전쟁 발발 이후 근로자 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대규모 AI 캠퍼스 건설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회사는 아부다비에서 최대 5GW(기가와트)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구축 사업인 '스타게이트 UAE'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공공투자기금(PIF)의 AI 자회사인 휴메인은 데이터센터 개발 사업을 위해 25억 달러(3조4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 조달에 착수했다. 휴메인은 2034년까지 6GW(기가와트) 규모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블룸버그는 "AI 프로젝트는 석유·가스 중심 경제 구조를 개편하려는 중동 산유국의 경제 전략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UAE와 사우디는 기술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으며, AI 개발자들이 선호하는 풍부한 땅과 에너지 공급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동에서 추진 중인 AI 사업은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해외 협력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이 문제로 꼽힌다.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이들 기업이 리스크와 비용 부담 확대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바레인 아마존 데이터센터 두 곳이 이란 소행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공격을 받아 피해를 입은 사실이 공개된 바 있다. 당시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번 공격은 적의 주요 정보 처리 자산을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최근 아마존은 "2028년까지 사우디 최초 AI 지구에 최대 50㎿(메가와트)의 컴퓨팅 용량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는 11월부터 사우디 동부 데이터센터 지역이 고객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 상무부 역시 지난 7월 UAE에 대한 AI 반도체 수출 통제를 대폭 완화했다. 이로써 G42는 앞으로 9개월간 엔비디아의 핵심 제품을 제한 없이 구매할 수 있게 됐다. G42는 올해 4분기까지 200㎿급 데이터센터를 완공할 계획이다.
다만 장기 투자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윈스턴 마 뉴욕대 교수는 "중동 국가 정부들이 데이터센터 건설에 전념하고 있지만, 서방 기술 기업들은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며 "서방 데이터센터 기업의 장기적인 투자 약속과 미국의 명확한 규제 조율 없이는 이러한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텅 빈 서버만 있는 첨단 부동산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영국 전자보안업체 ISS의 제인 메이슨 최고경영자(CEO)는 "데이터센터가 더 이상 단순한 IT 자산으로만 여겨지지 않고 위협이 발생할 경우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는 핵심 인프라로 인식되면서 물리적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짚었다.
오픈AI는 지난해 스타게이트 UAE 프로젝트를 공개하며 "이를 첫 번째 해외 거점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오픈AI는 "다른 해외 프로젝트에서 철수하고, 새로운 사업에 스타게이트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해외 진출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