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나신혜 기자] 포드가 3만 달러(약 4100만원)대 보급형 전기 픽업트럭 '패덤(Fathom)'을 앞세워 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에 승부수를 띄운다. 생산 첫해부터 10만대 이상 판매를 목표로 세우며 테슬라를 제외한 완성차 업체가 아직 넘지 못한 기록에 도전한다.
5일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 따르면 포드는 내년 출시 예정인 패덤의 첫해 판매 목표를 10만대 이상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덤은 시작 가격이 약 3만 달러로 책정될 예정이며 내년 초부터 고객 주문을 받는다.
패덤은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 새로 구축되는 전용 조립라인에서 생산된다. 포드는 기존 전기차보다 부품 수를 줄이고 생산 공정을 전면 재설계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테슬라와 중국 신흥 전기차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하면서도 일반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준의 가격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포드가 목표를 달성할 경우 패덤은 출시 첫해부터 미국 전기차 판매 상위권에 오르게 된다. 현재까지 미국에서 단일 전기차 모델을 연간 10만대 이상 판매한 업체는 테슬라가 사실상 유일하다. 테슬라는 지난해 중형 SUV 모델Y를 약 35만7000대, 중형 세단 모델3를 19만대 이상 판매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2025년 순수전기차 약 17만대를 판매했지만 3개 브랜드 판매량을 합친 수치다.
패덤은 포드가 기존 전기차 사업에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반영해 개발됐다. 포드는 전기 픽업 F-150 라이트닝을 비롯한 기존 전기차가 시장에서 일정 수준의 판매 성과를 냈지만 내연기관·하이브리드 차량 수준의 대량 판매에는 이르지 못했고, 전기차 사업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손실도 누적했다. 결국 지난해 말 F-150 라이트닝 생산을 중단했다.
짐 팔리(Jim Farley)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기존 전기차가 필요 이상으로 많은 부품과 비용을 투입하는 구조였다고 평가한 바 있다. 패덤은 이를 개선해 부품 수를 줄이고 조립 방식을 재설계했다. 팔리 CEO는 패덤 프로젝트를 두고 포드의 새로운 '모델T의 순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다만 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다. 미국에서는 7500달러 규모의 연방 전기차 세액공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되면서 전기차 판매가 감소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터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 8월 미국 전체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은 5.7%로 전년 동월 10.3%에서 크게 낮아졌다. 같은 기간 전기차 판매량도 48% 감소했다.
포드는 가격 경쟁력과 상품성을 앞세워 전기차뿐 아니라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 고객까지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패덤은 미국 인기 SUV 토요타 준중형 SUV RAV4보다 넓은 승객 공간을 제공하며, 애플 지도 기반 내비게이션과 포드의 핸즈프리 주행 시스템 '블루크루즈(BlueCruise)' 등 첨단 기술을 탑재할 예정이다.
앤드루 프릭(Andrew Frick) 포드 전기차·내연기관차 사업부문 사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전체 시장은 단순히 4만 달러 이하 전기차 시장보다 훨씬 크다”며 패덤이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 고객까지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패덤은 포드가 추진하는 보급형 전기차 라인업의 첫 모델이다. 포드는 패덤에 적용되는 신규 플랫폼을 기반으로 향후 다양한 차종을 대량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패덤의 초기 판매 성과가 포드의 차세대 전기차 전략 성패를 가를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