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미국 전고체 배터리 기업 '솔리드파워'가 국내 파트너사와 추진 중인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 합작 생산 규모를 연산 2만 톤(t)까지 대폭 확대하는 청사진을 내놨다. 전고체 배터리 소재의 상업화 단계를 앞당기는 맞춤형 증설 모델을 제시,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주도권을 거머쥐겠다는 포석이다.
18일 JP모건에 따르면 존 반 스코터 솔리드파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JP모건 오토모티브 컨퍼런스'에서 "한국의 대기업과 조인트 벤처(JV) 파트너십 체결을 진행 중이며, 이는 약 500메트릭톤(MT) 규모가 될 것"이라며 "연내 파트너십을 발표해 내년도 설계 및 건설 단계에 진입, 2028년에는 한국 및 전 세계 고객들에게 최대 500MT을 공급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콘셉트는 쉘 공장(shell factory) 형태이며, 수요가 가시화됨에 따라 총 2만MT 규모에 도달할 때까지 2000MT 모듈을 투입해 나갈 것"이라며 "향후 3~5년 이내에 동일한 파트너와 함께 2만MT 이상으로 확장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어 소규모 플릿(small fleets)을 위한 2029~2030년 SOP(양산 개시) 타임라인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올 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례보고서(Form 10-K)에서 처음 윤곽을 드러낸 한국 생산 시설 구축 계획이 대규모 상용화 단계로 구체화됐다. 솔리드파워는 당시 연간 500t 규모의 거점 설립을 예고했으나 반년 만에 40배 수준인 2만t 증설 프로젝트로 확대됐다. <본보 2026년 2월 27일 참고 [단독] '삼성·SK 배터리 파트너' 솔리드파워, 한국에 '年500톤' 고체 전해질 생산거점 구축>
뼈대가 되는 공장 건물을 우선 확보하고 추후 핵심 설비를 모듈 단위로 채워 넣는 쉘 공장 방식이 합작 공장의 핵심이다. 막대한 자본 투입이 불가피한 전고체 배터리 산업 특성을 감안해 초기 재무 리스크를 덜어내고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반 스코터 CEO는 파트너로 미국 대신 한국을 선택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 "한국에는 최고 수준의 배터리 제조사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 정부, 성숙한 원자재 공급망 등 독보적인 배터리 생태계가 조성돼 있다"며 "지식재산을 독보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과의 지정학적 관계도 튼튼해 공장 부지로 낙점했다"고 강조했다.
신규 합작 투자와 별개로 기존 국내 배터리 파트너사들과 맺은 선행 기술 검증 작업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솔리드파워는 SK온 대전 배터리 연구원 내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에 주요 설비 구축을 완료했다. 현재 하반기 본격적인 시운전과 장비 인수 테스트(SAT)를 진행하며 다가올 상용화 시점에 대비한 공정 최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SDI가 주도하는 기술 동맹도 흔들림 없이 추진 중이다. 완성차 업체 BMW가 함께 동참한 3자 공동 평가 계약(JEA)을 토대로 고체 전해질 성능 및 안전성 향상에 매진 중이다. 솔리드파워가 제공한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을 바탕으로 삼성SDI가 전고체 배터리 셀을 제작하고, BMW가 실차 주행 테스트를 주도하며 양산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