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변수지 기자] 아르헨티나가 20년 만에 민간 주도의 대규모 에너지 인프라 사업에 나선다.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송전망을 확충하고 전력 공급 불안을 해소한다는 구상이다.
16일 중남미 신흥지역정보 포털은 “아르헨티나 경제부 에너지청이 8억 달러(약 1조원) 규모의 ‘AMBA I’ 사업에 대한 국내외 공개 입찰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20년 만에 민간이 주도하는 대규모 에너지 인프라 사업으로, 낙찰 기업은 송전망 건설과 운영, 유지 관리를 맡는다. 사업자 선정은 2027년 상반기로 예정됐다.
AMBA I는 부에노스아이레스주 플로메르에 변전소를 신설하고 총 270km 규모의 송전망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500킬로볼트(kV)를 비롯해 220kV와 132kV 송전 설비 등이 들어선다. 사업이 완료되면 부에노스아이레스 광역권의 전력 공급 능력이 약 2000메가와트(MW) 늘어날 전망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광역권에는 아르헨티나 전체 전력 수요의 약 40%가 집중돼 있다. 최근 10년간 주거용 전력 수요가 20% 증가한 반면 고압 송전망은 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력 수요 증가에 송전망 확충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여름철 전력 사용이 급증할 때마다 공급 차질 위험이 커졌다.
사업 재원은 민간 자본을 중심으로 조달한다. 아르헨티나 전력 도매시장 관리회사 카메사(CAMMESA)는 공사 착수를 위해 1억 달러(약 1400억원)를 지원한다. 절반은 현금, 나머지는 변압기 형태로 제공하며 재원은 주변국에 전력을 판매해 확보한 수익에서 충당한다. 국고는 투입하지 않는다.
민간 사업자는 공사가 모두 끝나기 전에도 단계별 공정을 완료하면 전력요금을 통해 투자비 일부를 회수할 수 있다. 사업에는 미주개발은행(IDB)의 보증이 제공되며 낙찰 기업은 대규모 투자 인센티브 제도(RIGI) 적용도 신청할 수 있다. 대규모 초기 투자에 따른 부담을 낮춰 민간 자본 유입을 유도하려는 조치다.
이번 사업은 보조금에 의존했던 아르헨티나 전력 정책을 민간 투자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아드리안 라비에르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2003년부터 2023년까지 정부가 전력 보조금에 약 1500억 달러(약 210조원)를 투입했지만 17년 연속 여름철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전기요금을 생산 원가보다 낮게 유지하면서 민간 투자 유인이 줄어 송전망 확충이 지연됐다는 설명이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AMBA I를 시작으로 총 16개 송전 인프라 사업을 추진한다. 전체 투자 규모는 66억 달러(약 9조원)를 웃돌며 전국 전력망에 약 5610km의 500kV 송전선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12개 사업은 내륙 지역에서 진행된다.
AMBA I는 아르헨티나의 민간 주도 전력 인프라 사업이 확대될 수 있을지를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공사 기간은 최대 52개월로 첫 상업 가동은 착공 약 42개월 뒤인 2030년 말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 성과에 따라 나머지 15개 송전망 사업의 민간 투자 유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