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변수지 기자]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시중 자금이 은행 정기예금으로 이동하고 있다. 예금금리가 3%대로 오르며 5대 은행 정기예금은 한 달여 만에 42조원 늘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6일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991조4441억원으로 집계됐다. 6월 말 949조3998억원보다 42조443억원 늘었다.
정기예금으로의 자금 이동은 지난달부터 뚜렷해졌다. 7월 말 정기예금 잔액은 984조9399억원으로 한 달 동안 35조5401억원 늘었다. 이달 들어서도 6일까지 6조5042억원이 추가로 유입되면서 10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 수시로 자금을 넣고 뺄 수 있는 요구불예금에서는 돈이 빠르게 빠져나갔다.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월 말 722조2928억원에서 7월 말 665조8879억원으로 56조4049억원 감소했다. 이달 들어 6일까지 1조7478억원이 추가로 줄어 664조1401억원으로 내려왔다. 한 달여 동안 빠져나간 자금만 58조1527억원에 달한다.
중동 정세 불안과 통화 긴축 우려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자금이 은행으로 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피는 지난 6월 19일 9331.55를 기록한 뒤 등락을 거듭하며 지난달 29일 5663.24까지 밀렸다.
예금금리가 다시 3%대로 올라선 점도 자금 이동을 부추겼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후 시중은행들도 수신금리를 잇달아 올리면서 5대 은행의 주요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2~3.25% 수준으로 높아졌다.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은 연 3.25%, KB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과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은 연 3.20% 안팎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 일부 특판·특화 상품의 최고금리는 연 3.3% 수준까지 올라갔다. 기준금리 인상 전 2% 후반대였던 예금금리가 3%대로 올라서면서 정기예금의 매력이 커진 셈이다.
개인 자금도 은행으로 돌아오고 있다. 개인 정기예금 잔액은 6월 말 425조1943억원에서 7월 말 429조4686억원으로 늘었고 지난 6일에는 430조375억원까지 증가했다.
기업의 자금 이동은 더욱 두드러졌다. 기업 정기예금 잔액은 5월 말 509조5869억원에서 6월 말 524조2056억원, 7월 말 555조4713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 6일 561조4066억원까지 불어났다.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기업들이 결제대금 등 손실을 최소화해야 하는 여유자금을 정기예금에 넣는 수요가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최근 흐름을 증시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그대로 은행으로 이동한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투자자예탁금이 감소하는 동시에 은행 내부에서도 요구불예금에 머물던 개인과 기업의 대기성 자금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정기예금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함께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정기예금 증가가 마냥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안정적인 수신 기반을 확보해 대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금리가 낮은 요구불예금 대신 연 3%대 정기예금 비중이 커질수록 자금 조달에 드는 비용은 증가한다.
저원가성 예금 감소가 이어질 경우 은행의 순이자마진(NIM) 관리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수신금리 상승으로 조달비용이 높아지면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에도 상승 압력이 가해져 차주의 이자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기준금리가 추가로 오르거나 은행 간 수신 경쟁이 심화되면 정기예금으로의 자금 이동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은행권의 수신 기반이 확대되는 가운데 저원가성 자금을 얼마나 확보해 조달비용 상승을 억제하느냐가 향후 수익성을 가를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