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길소연 기자] 유조선 사업 공동 경영을 준비하고 있는 장금상선과 스위스 컨테이너 선사 메디터레이니언 쉬핑(Mediterranean Shipping Company, 이하 MSC)이 글로벌 유조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리스 선주로부터 중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매입해 선단을 확장했다. 유조선 호황 국면에서 글로벌 VLCC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중고 선박을 활용해 시세 차익과 용선 수익을 거두는 전략이다.
29일 노르웨이 해운전문지 '트레이드윈즈'(Trade Winds)와 영국 해운전문매체 '리비에라 마리타임 미디어' (Riviera Maritime Media) 등 외신에 따르면 장금상선의 유조선 계열사인 장금마리타임과 MSC는 그리스 선사 헬레닉 탱커스(Hellenic Tankers)부터 31만8400DWT급 VLCC 스테파니호(2012년 건조) 매입했다. 거래는 지난달 성사됐으며, 공식적인 소유권 이전은 이달 중순에 접수됐다.
장금상마리타임·MSC 선단에 합류한 선박은 '알제리아 프로스페리티'(Algeria Prosperity)호로 이름을 변경해 운항 중이다. 프로스페리티는 장금마리타임 소유권을 의미한다. 장금마리타임은 선대에 편입한 VLCC들에 프로스페리티를 결합한 유사한 명명을 채택하고 있다.
헬레닉 탱커스는 해당 선박 매각으로 5년 전 투자 원금의 두배에 가까운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헬레닉 탱커스는 2021년에 4150만 달러(약 600억원)에 인수했다가 장금상선에 7600만 달러(1100억원)에서 7900만 달러(약 1149억원)에 매각했다.
장금마리타임과 MSC는 전례 없는 VLCC 매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공격적인 중고 VLCC 매입과 선대 확장을 통해 글로벌 원유 해상운송 시장을 장악하고, 용선수익과 자산가치 상승에 따른 투자수익을 동시에 극대화하고 있다.
국제 해운 정보 시스템 이콰시스(Equasis)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들어 장금상선 선단에 2006년에서 2021년 사이에 건조된 중고 VLCC 64척이 추가됐다. 장금마리타임은 전 세계 VLCC의 약 10%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금상선은 MSC와 유조선 공동 운영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MSC는 장금상선을 발판 삼아 유조선 시장에 최초 진입하고, 장금상선은 MSC의 투자를 통해 대규모 자본을 확보한다.
장금상선은 지난 2월 MSC와 장금마리타임 지분 50%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MSC는 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지분을 인수하며, 금액은 약 7350억원이다. 매각 작업이 완료되면 정태선 장금상선 회장의 장남인 정가현 이사와 MSC가 지분을 절반씩 보유하며, 공동 경영권을 행사한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국내 정유사와 선사들에 의견을 조회 중이다. 이달 초 SK에너지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와 주요 선사들을 상대로 수십 개 문항으로 구성된 질의서를 보내 기업결합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고 있다.
국내 정유·해운 업계에선 장금마리타임과 MSC가 결합하면 VLCC 용선 시장에서 독과점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들 연합이 중동전쟁 이후 시장 회복 핵심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르웨이 투자은행 펀리 시큐리티스(Fearnley Securities)는 "장금상선과 MSC의 파트너십이 단기 위기 대응을 넘어 이란 전쟁 이후 시장 회복을 주도하는 핵심 촉매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본보 2026년 3월 31일자 참고 : "장금상선·MSC 연합, 중동전쟁 이후 시장 회복 핵심 촉매제 역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