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진출 1년 만에 '75억+α'…롯데리아, K버거로 버거 본고장 뚫었다

2026.07.18 06:00:00

지난해 8월 캘리포니아 풀러턴 1호점 오픈 후 순항
현지화 대신 정통 레시피 고수…K브랜드 정공법 전략
2호점은 아직 미정…상권·임대료 등 종합 검토 중

[더구루=김현수 기자] 버거의 본고장인 미국 시장에서 토종 ‘K브랜드’의 자존심을 건 롯데리아의 승부수가 통했다. 지난해 미국에 첫발을 내디딘 롯데리아가 진출 1년 만에 단일 매장에서 연 매출 ‘75억원+α’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가시화하며 북미 시장 안착에 청신호를 켰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GRS의 미국법인 롯데GRS USA(LOTTEGRS USA, INC.)와 종속기업 롯데리아 USA(LOTTERIA USA, INC.)의 지난해 매출은 27억 9201만원으로 집계됐다. 개장일인 8월 14일부터 결산일(12월 31일)까지 약 4개월 반 실적을 12개월로 단순 환산하면 매출은 75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실제 매장 판매 매출은 이보다 더 높을 수 있다. 롯데GRS 관계자는 "이 매출은 가맹본부가 매장에 원자재를 공급한 기준의 법인 매출이고, 매장에서 실제 발생한 판매 매출과는 규모가 다르다"면서 "매장의 실제 판매가는 본부 공급가보다 높게 잡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롯데리아는 지난해 8월 14일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풀러턴(Fullerton)에 미국 1호점을 열었다. 2023년 10월 현지 법인 롯데GRS USA를 설립한 지 약 2년 만이다. 매장은 옛 KFC 건물을 리모델링해 조성한 약 65평 규모의 드라이브스루 매장으로, 인근에 대형 쇼핑몰과 백화점이 밀집하고 한인 인구 비중이 높은 상권 특성을 고려해 입지를 정했다.

 

롯데리아 미국 진출의 핵심은 '현지화하지 않은 오리지널 전략'이다. 통상 해외 진출 시 현지 입맛에 맞춘 메뉴 조정이 뒤따르는 것과 달리, 롯데리아는 원자재 소싱을 제외한 레시피를 한국 본토 그대로 가져갔다. 미국은 상징성이 있는 진출 국가로, 어떠한 현지화 전략도 없이 '롯데리아'라는 브랜드 자체를 그대로 가져갔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현지화를 통해 승부하려 했다면 애초에 롯데리아가 아닌 다른 브랜드를 들고 들어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메뉴 구성도 '정통성' 전략이 반영됐다. △불고기버거(Bulgogi Burger) △새우버거(Shrimp Burger) △비빔라이스버거(Bibim Rice Burger) 등 국내 롯데리아 대표 메뉴가 이름 변경 없이 그대로 판매되고 있다. △K-BBQ보울 △K-스위트&스파이시치킨보울 등 한국식 소스를 앞세운 메뉴도 별도 구성했다. 매장 외관에도 '더 오리지널 K-버거(THE ORIGINAL K-BURGER)'와 '롯데리아' 한글 문구를 내걸어, 'K-버거'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가격은 프리미엄 전략을 택했다. 대표 메뉴인 불고기버거 세트 가격은 12.77달러(약 1만9000원)로 맥도날드 빅맥세트 11.04달러(약 1만6600원) 대비 약 15% 비싸게 책정됐다. 최고가는 롯데리아 비빔라이스버거 세트와 불고기&새우버거 세트로 각 15.77달러(약 2만3700원)다.

 

롯데리아의 이 같은 행보는 대부분 현지화 전략을 택하고 있는 K외식업계와 구별된다. bhc치킨은 현지에서 선호도가 높은 윙·텐더 중심 콤보에 치즈볼·샌드위치 등 현지화 메뉴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교촌치킨도 미국식 소비 패턴에 맞춰 한 마리 단위가 아닌 조각 단위 중심으로 메뉴를 재편했다. 설빙 역시 비유제품 빙수 등 미국 시장 특성을 반영한 메뉴를 개발해 현지 입맛에 맞춰가고 있다. '현지화'보다 '브랜드 정통성'을 앞세운 롯데리아의 정공법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현지 반응은 뜨겁다. 초기에는 한인 위주의 소비가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현재는 아시안계를 비롯해 백인, 히스패닉 등 현지인 고객 비중이 고르게 유지되고 있다. 특히 개장 초반에는 목표치 대비 최대 3배에 달하는 손님이 몰리며 화제를 모았다. 한때는 한꺼번에 주문이 쏟아지면서 매장 밖으로 길게 줄을 늘어서는 풍경도 연출됐다. 현재는 매출이 목표 수준으로 안정화되는 단계로, 미국 진출 만 1년이 되는 다음 달이 현지 시장 내 안착 여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으로 회사는 판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1호점의 안정화 여부와 함께 2호점 출점 시점이 향후 미국 사업 확장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롯데GRS 관계자는 "2호점에 대한 계획은 잡고 있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며 "미국은 부지 확보나 임대차 계약 환경이 한국과 달라 상권·임금·임대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브랜드 정통성을 가지고 미국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며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흐름과 함께 롯데리아라는 브랜드를 미국 현지에 알려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현수 기자 mak@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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