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 한지붕 두가족㊦] 비상장 혈투…'외화내빈' 최태원 vs '실속성장' 최창원

2026.06.13 07:30:00

3년 적자수렁…최태원 SK팜테코, 비만치료제로 수주 상장 가른다
SK플라즈마, 실속 '알짜배기' 단 IPO 대어 직행은 '체급 한계' 명확

[더구루=진유진 기자] SK그룹의 바이오 사업을 견인하는 상장사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도권 싸움 못지않게, 비상장 무대에서도 사촌 형제간의 자존심 대결이 뜨겁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SK팜테코(SK㈜ 자회사)와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의 SK플라즈마(SK디스커버리 자회사)가 그 주인공이다. 두 회사는 각각 ‘글로벌 CDMO(위탁개발생산) 탑티어’와 ‘독보적 혈액제제 인프라 확장’이라는 서로 다른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자금 조달을 위한 ‘기업공개(IPO)’라는 동일한 종착지를 향해 달리는 모양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 바이오 CDMO 통합 법인 SK팜테코와 SK디스커버리 혈액제제 전문 자회사 SK플라즈마는 올 하반기 각각 '적자 탈출'과 '체급 확장'이라는 해법을 들고 본격적인 IPO 몸값 올리기에 나선다.

 

두 회사 모두 그룹 바이오 사업의 지속 가능한 투자 재원을 벌어다 줘야 하는 핵심 비상장 자회사이지만, 현재 처한 펀더멘탈은 천지 차이다.

 

최태원 회장이 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SK팜테코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시장의 냉정한 평가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매출 932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 매출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지만 속사정은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다. 미국 CBM과 프랑스 이포스케시 등 글로벌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생산기지를 공격적으로 사들이며 덩치를 키웠으나, 3년 연속 영업적자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결국 흑자 전환을 증명하지 못하면 SK팜테코가 공언해 온 오는 2028년 미국 나스닥 상장은 한낱 꿈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급해진 SK팜테코가 꺼내 든 급전 카드는 최근 전 세계 제약 시장을 싹쓸이 중인 '비만치료제'다. 국내 자회사 SK바이오텍을 통해 세종시에 약 3400억원을 쏟아부어 짓고 있는 펩타이드(비만치료제 핵심 성분) 공장이 반전을 가능케 할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실제 SK팜테코는 올해 말 가동을 목표로,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릴리의 대형 당뇨·비만치료제 '마운자로' 원료의약품 수주 논의를 구체화하며 막바지 흑자 턴어라운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텍사스주 라포르테 소분자 의약품 생산시설이 미국 식품의약품국(FDA) 정기 실사에서 지적사항 제로(NAI) 판정을 받으며 품질 신뢰도를 입증한 만큼, 비만치료제 대형 수주를 발판 삼아 외화내빈의 오명을 씻어내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최창원 부회장이 이끄는 SK플라즈마는 내실 경영 면에서 판정승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 2436억원, 영업이익 298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인간의 혈액(혈장)을 원료로 삼는 혈액제제 특성상 원료 확보가 어렵고 국가별 규제가 촘촘해 성장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바이오 업계의 편견을 실적으로 정면 돌파한 셈이다.

 

SK플라즈마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의약품 완제품 파는 수준을 넘어 '공장 짓는 기술'을 수출하는 신전략으로 상장 몸값 확대를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 3월 튀르키예 합작사 프로투루크와 1100억원 규모의 혈장분획제제 생산 기술이전·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인프라와 운영 노하우 자체를 수출해 고부가가치 로열티를 챙기는 방식으로, 얇았던 매출 체급을 단숨에 끌어올리고 있다.

 

내부 리더십도 빠르게 쇄신했다. 올 초 신임 경영지원실장과 안동공장장 등을 전진 배치, 글로벌 역량과 대량 생산 체제의 품질 관리 수위를 한 단계 높였다. 지난 4월 약사법 위반 1심 판결로 벌금형을 선고받는 악재가 터졌으나, 법원이 배임증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내리면서 상장 심사 과정에서 도덕적 결격 사유로 확산할 불씨는 진화했다는 평가다.

 

다만 상장 시장에서 '대어'로 대접받기엔 절대적인 체급이 작다는 게 아쉬운 대목이다. 연 매출 2000억원대 규모로는 조 단위 몸값을 요구하는 IPO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쉽지 않다는 것. 혈액제제 외에 시장의 이목을 끌 만한 강력한 신약 파이프라인이나 추가적인 대형 성장 모멘텀이 보완되지 않는다면, 안정성은 높지만 성장성이 정체된 '중견기업' 프레임에 갇혀 밸류에이션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회사의 내부 분위기는 조심스럽다. 상장에 대해 SK팜테코 관계자는 "아직 상장 관련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구체적인 계획도 없다"며 말을 아꼈다. SK플라즈마 관계자 역시 "주관사 선정을 포함한 상장과 관련해 확정된 바는 아무것도 없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결국 올 하반기 성적표가 두 회사의 상장 시기와 기업가치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거대한 글로벌 공장을 돌리느라 쌓인 손실을 비만치료제로 메워야 하는 최태원의 팜테코와, 탄탄한 내실에 글로벌 인프라 수출이라는 날개를 달아 몸집을 키워야 하는 최창원의 플라즈마다. 한 지붕 아래에서 시작해 '외화내빈'과 '실속성장'으로 갈라진 사촌 형제의 비상장 혈투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진유진 기자 newjins@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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