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등용 기자] 이란 전쟁에 따른 글로벌 유가 급등으로 ‘수요 파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원유 가격이 비싸지면서 특정 석유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 재개방 되더라도 원유 가격이 전쟁 전 수준으로 돌아갈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8일 글로벌 원자재 업계에 따르면, 업계 전문가들은 석유 수요 감소에 따른 수요 파괴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캐서린 울프람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에너지 경제학 교수는 “사람들이 높은 원유 가격을 감당할 수 없어 대안을 찾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운전 대신 줌(Zoom)으로 회의에 참여하거나, 비행기 여행을 피하기 위해 집 근처에서 휴가를 보내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정부가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개입하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 국민들에게 자전거를 타고 샤워 시간을 줄이도록 권고했으며, 정부 기관에는 주 1회 근무일에 차량 운행을 중단하도록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울프람 교수는 “장기적으로 볼 때 재생 가능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것을 포함해 현재 국민과 정부가 취하는 변화들은 석유 수요를 영구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며 “미국에서 전기차 비중은 아직 낮지만, 많은 미국인들이 구매 의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라이언 켈로그 시카고 대학교 에너지 경제학 교수는 “지속적인 수요 감소의 마지막 사례가 지난 1970년대 에너지 위기 때였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 위기는 장기간에 걸쳐 석유 수요를 감소시켰고, 미국에서 연비 기준이 도입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새로운 급등세를 촉발했다”며 “현재 유가는 다시 변동성을 보이고 있고, 만약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소비 행태도 계속 변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조만간 재개방 되더라도 유가가 정상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울프람 교수는 “이란이 휘발유와 제트 연료를 생산하는 정유 시설을 폭격해 복구 시간이 더 오래 걸리게 됐다”면서 “높은 유가를 감당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