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변수지 기자] 미국 경제방송 CNBC가 “AI 확산이 화이트칼라 초급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전기·통신·건설 등 블루칼라 기술직이 새로운 수혜 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숙련 인력 부족으로 미국 노동시장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CNBC는 “AI 경제가 블루칼라 직군을 새로운 승자로 만들고 있다”며 “대학 졸업 후 안정적인 중산층으로 진입하던 기존 성공 공식인 ‘아메리칸 드림’이 다시 쓰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주요 기업들은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술직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미 통신기업 AT&T는 약 2500억 달러(약 377조원)를 투자해 초고속 인터넷망을 확대할 계획이며, 투자금 중 15%는 기술직 현장 인력 채용과 교육에 투입된다. 회사는 올해만 약 3000명의 기술자를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존 스탠키 AT&T 최고경영자(CEO)는 “전기·통신 인프라를 실제 현장에서 다룰 수 있는 숙련 기술자가 필요하다”며 “미국에서 이런 인력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 역시 “AI 시대는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며 “배관공·전기기사·철강 노동자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부 기술직은 연봉 10만 달러(약 1억5000만원) 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AI 노출도가 높은 화이트칼라 직군의 신입·경력 채용은 둔화되는 모습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22~27세 대졸자의 평균 실업률은 약 5.4%로, 1990년 이후 평균치인 4.5%를 웃돌았다.
스탠퍼드대 디지털경제연구소는 “마케팅·영업관리 등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의 신입 고용 증가율이 2024년 중반~2025년 9월 사이 다른 직군보다 16% 둔화됐다”고 분석했다.
미국 인구조사국 연구에서도 AI 영향이 큰 산업군에서 22~24세 청년층 채용이 챗GPT 출시 이후 약 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CNBC는 “생성형 AI가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초급 사무 업무를 대체하면서 기존 대졸 중심 고용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중산층 진입의 핵심 경로였던 대학 졸업장이 더 이상 일자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는 “AI는 똑똑하지만 실무 경험은 없는 21세 인턴의 무한 공급과 같다”며 “과거 신입 직원이 맡던 업무를 이제 AI가 대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현장 기술직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 건설협회(ABC)는 “올해 미국 건설업계 수요를 충족하려면 약 35만명의 숙련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며, 내년에는 추가 수요가 45만명을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NBC는 대학을 중퇴한 뒤 AT&T 기술자로 일하는 24세 남자 직원 사례를 소개하며 “블루칼라 기술직이 새로운 중산층 경로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직원은 “컴퓨터는 우리가 하는 일을 할 수 없다”며 “전봇대 위에 올라가면 슈퍼히어로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에 맞춰 교육 시스템도 AI 시대에 적합한 인재 양성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CNBC는 “대학들이 교육과정을 빠르게 개편하지 못할 경우 청년층이 장기 실업과 저임금 등 ‘경제적 흉터(scarring)’를 겪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