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이 유럽연합(EU)의 강력한 친환경 규제와 산업 정책의 속도 조절을 촉구하는 전방위적인 대관 활동에 돌입했다. 급격한 전동화 전환에 따른 재무 리스크를 분산하고 역내 제조 공급망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폭스바겐 등 주요 기업 대표단과 로비스트들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실무진과 비공식 회동을 가졌다. 이번 만남은 독일 자동차산업협회(VDA)가 현재의 경쟁력 약화를 방치할 경우 오는 2035년까지 현지 자동차 부문에서 12만 5000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증발할 수 있다고 수치를 들어 경고한 직후 이뤄졌다.
이번 실무 회동에서는 오는 2035년 이산화탄소(CO2) 배출 제한 조치에 대한 유연성 확보와 '산업가속화법(IAA)' 내 현지 소싱 및 저탄소 자재 관련 조항 수정이 집중 논의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로비스트들은 벌금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 기간을 다음 10년까지 연장하는 예외 조항 신설을 강력히 촉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럽 내 배터리 자급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과도한 역내 부품 비중을 조기에 강제하는 규정이 기업의 행정적 복잡성을 가중시키고 제조 원가를 높인다는 지적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 친환경 철강 수급의 불확실성과 고질적인 고비용 에너지 구조가 기업들의 실질적인 재무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점도 핵심 의제로 다뤄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완성차 업체들이 수면 아래에서 로비에 나선 배경에는 고르지 못한 전기차 수요와 중국 비야디(BYD) 등 경쟁사들의 거센 저가 공세가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유럽 내 많은 자동차 공장의 가동률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신차 판매량 저하가 기업들의 마진을 압박하는 실정이다.
미국 관세 위협과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이 낮은 전기차로의 급격한 전환보다 점진적인 이행을 통한 마진 방어가 절실해졌다는 진단이다. 업계는 시장의 실질적인 수용 능력을 반영해 규제 문턱을 낮추는 것만이 역내 제조 생태계를 보호할 유일한 타개책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