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수현 기자] 세계 최대 구리 및 리튬 보유국인 칠레가 단순 원자재 수출국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고부가가치 허브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칠레 정부는 에너지 및 디지털 전환에 따른 핵심광물 수요 급증에 대응해 자국의 지질 자원을 국가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17일 코트라에 따르면, 칠레 광업부는 지난 1월 ‘핵심광물 국가전략’을 수립했다. 이번 전략은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일관성을 유지하는 장기 로드맵으로, 구리와 리튬을 포함한 14종의 광물을 핵심 자원으로 선정해 집중 관리하는 것이 골자다.
칠레 정부는 시장 중요도와 개발 수준에 따라 핵심광물을 3단계 범주로 분류했다. 이미 독보적 점유율을 가진 구리·리튬·레늄 등은 A그룹으로, 잠재력은 높으나 미개발된 코발트·희토류 등은 B그룹으로 그리고 경제 기여도가 높은 금·은·붕소 등은 C그룹으로 묶어 차별화된 육성책을 추진한다. 특히 구리 공정 부산물인 레늄과 붕소 등 틈새 광물의 자산화를 통해 전략적 이익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전략의 핵심 실행 과제로는 △생산 기반 강화 및 산업 다각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표준 상향을 통한 책임 있는 광업 △첨단 가공 등 부가가치 창출 △국제 사회 협력 확대 △인프라 및 인적 자원 양성 등 5대 행동 지침이 설정됐다.
칠레 정부는 이를 위해 광업 인허가 기간을 30% 이상 단축하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하고, 국가 지질 정보 시스템(SIGEX)을 고도화해 민간 투자를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칠레의 위상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칠레는 지난해 기준 세계 구리 시장 점유율 23.7%, 리튬 매장량 31.3%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자원 보유량을 자랑하고 있다. 칠레 정부는 향후 10년간 약 1045억 달러(약 156조원) 규모의 광업 투자 포트폴리오를 가동해 추가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제련 및 정련 역량을 현대화해 원자재 추출 중심의 전통적 모델에서 탈피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칠레는 강화된 ESG 표준을 바탕으로 국가 브랜드를 구축해 유럽연합(EU) 핵심원자재법(CRMA) 등 엄격해지는 글로벌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리튬 분야에서는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등 인접국과의 역내 협력을 강화하고, 주요 소비국과는 기술 동맹을 맺어 프로젝트 금융 조달 및 첨단 기술 이전을 촉진할 방침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칠레의 이번 전략은 우리 기업에 고부가가치 기술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중요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코발트, 희토류 등 신규 공급선 다변화는 물론, 초기 단계부터 칠레의 전략 이행 과정에 참여해 공급망 투명성을 선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