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스페인공장 노조에 신차 배정 중단 '최후 통첩'…부산공장 대안 떠오르나

2026.05.11 15:02:36

12일 노조 투표 앞두고 신차 5종 배정 잠정 중단 '초강수'
2028년 전기차 양산 예고한 부산공장, 유럽 대체 물량 흡수 기대

[더구루=정예린 기자] 프랑스 르노그룹이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착 상태에 빠진 스페인 현지 노조에 신차 배정 보류라는 초강수를 두며 글로벌 생산 거점 재편 가능성을 시사했다. 노사 갈등으로 스페인 현지 생산 라인 가동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전동화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이 핵심 대안으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 스페인법인은 최근 성명을 통해 "단체 협약 합의에 도달하지 못함에 따라 스페인 팔렌시아(Palencia)와 바야돌리드(Valladolid) 공장에 배정될 예정이었던 5종의 신규 전기 및 하이브리드 모델 계획을 잠정 중단한다"며 "이번 제안은 스페인 공장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였으므로 해당 제안은 이제 무효"라고 밝혔다.

 

이어 "신차 생산지 결정은 시급한 사안이기에 모로코, 터키, 슬로베니아 등 다른 국가의 공장을 대안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합의 불발 시 생산량 감소와 고용 유지 보장 불가라는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규 물량 배정 철회는 단순한 경고를 넘어 노조의 양보 없이는 실제 생산지 이전을 감행하겠다는 사측의 의중이 담긴 실질적 조치다. 사측은 노조가 최종안을 거부함에 따라 기존에 약속했던 임금 인상 및 보너스 지급안도 전면 취소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번 사태는 사측과 노조가 임금 및 근무 환경 개선을 두고 벌인 10차례의 교섭이 성과 없이 끝난 데 따른 결과다. 현지 노조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임금 인상과 함께 여름철 내부 온도가 섭씨 35도까지 치솟는 생산 현장의 냉방 설비 확충을 요구해 왔다. 사측은 이를 수용할 경우 스페인 공장의 생산 원가 경쟁력이 상실돼 타국으로의 물량 이전이 불가피하다고 맞서왔다.

 

스페인 최대 노동조합 중 하나인 노동총연맹(UGT)은 오는 12일 조합원 투표를 통해 사측의 최종 제안 수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투표 결과에 따라 약 6000명의 일자리가 걸린 스페인 공장의 운명은 물론 르노그룹의 글로벌 전기차 생산 물량 재배치 향방이 가려질 전망이다.

 

스페인 공장의 전동화 물량 확보가 안갯속에 빠지면서 르노의 'D·E 세그먼트 글로벌 허브'인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르노 스페인법인이 성명에서 대체지로 유럽 인근의 모로코와 터키 등을 거론하긴 했으나, 오는 2028년부터 차세대 전기차 생산을 시작하는 부산공장 역시 동일한 시점에 양산될 스페인행 물량을 일부 흡수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그룹 회장은 최근 방한 당시 부산공장의 독보적인 제품 생산력을 높이 평가하며 완전한 전기차 생산을 고려할 시점이라고 공식화했다. 니콜라 파리 르노코리아 사장 역시 신차 개발 기간을 2년 이내로 단축하는 시스템을 확립하고 국내 배터리 공급망을 조성하는 등 전동화 전환을 위한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강화하며 차세대 물량 확보에 대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바야돌리드와 팔렌시아 공장은 르노의 유럽 주요 생산거점이다. 1953년 설립된 바야돌리드 공장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캡처와 심비오즈 등 핵심 하이브리드 모델 제조를 전담하고 있다. 팔렌시아 공장은 1978년 가동을 시작해 그룹의 하이엔드 모델과 신규 전기차 플랫폼 생산을 담당하는 전략적 요충지로서 유럽 내 르노의 판매 실적을 뒷받침해 왔다.

정예린 기자 yljung@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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