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원, 반도체 보조금 출혈 경고

2021.11.15 10:18:45

베스타거 EU 경쟁담당 집행위원 "美·EU 경쟁, 모두에게 불리"

 

[더구루=오소영 기자] 마그레테 베스타거 유럽연합(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이 미국과 EU의 반도체 보조금 경쟁을 강력히 비판했다. 미국과 EU에서 막대한 투자를 대가로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요구하고 있는 인텔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간) 루마니아 국영 통신 아제르프레스 등에 따르면 베스타거 위원은 벨기에 루벤 대학에서 "미국과 EU는 반도체 보조금 경쟁을 피해야 한다"며 "이는 우리 모두를 불리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베스타거 위원은 "현재 상황에서 기업들이 정부를 경쟁에 붙이고 누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지 살피려고 하는 건 저항하기 힘든 유혹"이라며 "유럽이든 미국이든 납세자들은 청구서를 수령하고 거의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보조금 경쟁에서 이겨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더라도 내야 하는 비용 대비 국민에게 돌아오는 이익은 없다는 주장이다.

 

업계는 베스타거 위원의 발언이 인텔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독일과 벨기에, 6월 프랑스와 네덜란드·이탈리아 정치 지도자들과 만나며 반도체 보조금을 논의해왔다. 겔싱어 CEO는 최대 800억 유로(약 108조원)를 투자하는 대가로 80억 유로(약 11조원)의 보조금을 요구했다. 유럽 내 공장 건설이 아시아보다 최대 40% 비싸다며 차액만큼 지원해달라는 입장이다.

 

미국에서도 보조금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겔싱어 CEO는 지난달 다큐멘터리 뉴스 '악시오스 온 HBO'(Axios on HBO)에서 반도체 제조에 520억 달러(약 61조원)를 지원하는 '미국 혁신 경쟁법'으로는 부족하다며 "두 번째, 세 번째 반도체 지원법이 필요하다"고 말했었다.

 

TSMC와 삼성전자의 지원에 대해서도 6월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를 통해 "미국인들이 낸 세금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미국의 특허와 인재를 보유한 기업에 돌아가야 한다"며 대놓고 견제를 내비쳤다. 이처럼 인텔이 미국과 유럽에서 보조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양측 모두 이를 따라간다면 결과적으로 납세자들의 출혈이 클 것이라는 게 베스타거 위원의 입장이다.

 

베스타거 위원은 "EU 전역에 (이익이) 차별 없이 널리 공유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경우에만 지원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체 칩 수요를 충당하는 데 있어 최대 3300억 유로(약 446조원)의 선불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오소영 기자 osy@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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