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윤진웅 기자] 현대자동차가 스페인 자동차 시장에서 고속질주하고 있다. 반도체 쇼티지(부족현상)를 정면 돌파하며 지난달 스페인 시장 1위에 올랐다. 현대차가 단일 국가에서 왕좌를 차지한 곳은 베트남이 유일하며, 유럽 지역에서는 스페인이 최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스페인 시장에서 총 5844대를 판매하며 처음으로 월간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대비 57.4% 성장한 수치다. 시장 점유율은 약 10%로 현지 등록된 차량 10대 중 1대가 현대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반도체 쇼티지(부족현상)로 어려움을 겪는 사이 재고 관리 등 운용의 묘를 발휘해 왕좌를 차지, 탁월한 위기 극복 능력을 보였다는 평가다. 올해 스페인 전체 자동차 시장이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3분의 1이 축소됐음에도 오히려 30% 이상 성장했다.
현대차 인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투싼'이 실적을 견인했다. 전년 대비 117% 세자릿수 수직상승한 1856대가 판매되며 월간 베스트셀링카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판매량은 1만6730대로 1위인 시트 '아로나'(1만8725대)와의 격차가 1995대로 좁혀졌다.
투싼의 연말 베스트셀링카 선정 가능성도 높아졌다. 아로나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으며 월간 판매를 앞섰기 때문. 아로나는 같은 달 1086대 판매에 그쳤다. 이는 전년 대비 45% 감소한 수치로 모델별 판매 순위 9위로 하락했다.
투싼 외 다른 모델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i20은 전년 대비 48% 성장한 1139대가 판매됐으며 아이오닉은 340% 세자릿수 급증한 800대가 팔렸다. i10과 싼타페도 상승 곡선을 그렸다. i30와 코나 두 모델만 소폭 하락했다.
기아는 현대차와 푸조에 이어 월간 판매 3위에 올랐다. 총 5254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22.2% 성장했다. 푸조는 5547대를 팔았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는 10월 스페인에서 판매된 자동차 5대 중 1대꼴인 19%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며 "칩 부족에 따른 재고 관리 등 위기에 강한 브랜드라는 인식이 자리 잡히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들어 10월까지 스페인 시장에서 각각 4만5272대와 4만6894대를 판매하며 판매 순위 5·6위를 나란히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