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구루] '가격 최고' 애플 vs '가격 인하' 테슬라…스마트카 승자는?

2021.08.12 08:00:00

일론 머스크, '미래차' 넘보는 팀 쿡에 잇따른 '견제구'
미래차 확장성 vs 나만의 생태계 고수…철학서도 차이

 

[더구루=김도담 기자] 미국 시가총액 1위 애플(약 2700조원)과 현재는 8위이지만 애플을 가장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는 테슬라(약 800조원)의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경영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주 겸 최고경영자(CEO)는 특히 최근 컨퍼런스 콜과 트위터를 통해 팀 쿡 애플 CEO에 대한 '견제구'를 날리며 경쟁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26일 컨퍼런스 콜에선 애플이 '벽으로 둘러싼 정원(walled garden)'을 만든다며 앱스토어의 폐쇄성을 꼬집은 데 이어, 나흘 뒤 30일엔 트위터에서 앱스토어의 수수료 30%를 비판하고 나섰다.

 

애플이 테슬라의 주력사업인 전기차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가 잇따라 감지되는 데 따른 일종의 견제구로 풀이된다. 애플은 이 과정에서 테슬라의 핵심 개발인력을 영입해가며 테슬라의 심기를 불편케 하고 있다. 더그 필드 전 테슬라 수석부사장을 비롯해 스티브 맥마너스 인테리어 부사장, 마이클 슈베쿠치 드라이브 시스템 부사장 등이 2018년을 전후로 애플로 넘어갔다.

 

머스크와 쿡의 경영 철학에도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머스크가 지적했던 애플은 최고 수준의 혁신을 지향하기에 폐쇄적인 성격이 있다. 테슬라 역시 충전 인프라 등 일부에선 그 폐쇄성을 비판 받지만 가격 정책 등을 고려하면 전기차 대중화의 선두주자로서 시장 지배력을 키우는 데 더 힘 쏟고 있다.

 

◇'가격 장벽 허무는' 테슬라 vs '비밀 정원 생태계' 애플

 

테슬라는 국내에선 여전히 고가의 전기차 인식이 크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가격을 점점 낮추고 있다. 테슬라가 2019년 중국에 모델3를 처음 판매했을 땐 그 가격이 35만5800위안(약 6330만원)이었으나 이후 2년 새 다섯 번 가격을 낮췄고 현재는 23만5800위안(4190만원)까지 내려갔다. 2년 새 3분의 2 수준이 된 것이다.

 

라인업도 마찬가지다. 테슬라는 원래 고가의 고성능 전기차 모델S, 모델X로 출발했으나 대중 전기차 모델3 출시가 테슬라 성장의 결정적인 기폭제가 됐다. 모델Y 역시 그 부품의 70%를 모델3와 공유해 가격을 억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테슬라 충전소 역시 현재는 테슬라 차량만 쓸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론 이 역시 모든 전기차가 쓸 수 있도록 한다는 게 머스크의 비전이다. 머스크는 직전 컨퍼런스 콜에서 관련 질문에 "지속 가능한 에너지의 시대가 오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답했다. 애플을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 질문에 대해 답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우리는 애플과 달리 폐쇄성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플은 이와 대조적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 에어포드, 애플 워치 등 애플의 단말기는 모두 앱스토어라는 '폐쇄적인' 애플만의 생태계 안에서 움직인다. 아이폰 SE 같은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중저가 시장엔 큰 관심이 없다.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내놓은 이후 가격을 낮추지 않고도,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 없이도 스마트폰 시장의 정점을 지켜 왔다. 삼성 갤럭시, 화웨이 등 수 많은 경쟁자가 낮은 가격과 개방형 생태계를 앞세워 도전했고 점유율 면에서 성과를 냈으나, 스마트폰 시장 이익의 대부분은 애플이 가져갔다. 그리고 에어 포드, 애플 워치 등 신개념 제품을 선도해 왔으며 이제 '미래차'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스마트 카' 시장 격돌 앞둔 애플과 테슬라…승자는?

 

애플과 테슬라, 팀 쿡과 일론 머스크는 시장 판도를 바꾸는 혁신성에서 자주 비교되지만 아직 같은 업종에서 같은 시장을 두고 경쟁한 적은 없다. 그러나 애플의 스마트 카 시장 진출이 유력한 만큼 언젠가 정면승부를 벌이지 않을 수 없다.


 

 

테슬라는 최근 급성장 중인 전기차 시장에서 압도적인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2020년) 44만여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폭스바겐(38만대), GM(22만대), 현대차·기아(19만대) 등 경쟁자를 제치고 전기차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294만대) 중 약 15%다. 미국 전기차 시장은 물론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도 현지 공장을 기반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러나 테슬라는 적잖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신흥 자동차 회사로서 아직 부품 공급사에 대한 장악력이 강하지 않다. 판매량 증가와 더불어 품질 불만 이슈가 계속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폭스바겐이나 GM, 현대차·기아 등 기존 자동차 기업이 부품 공급사와의 오랜 협업 경험을 토대로 전기차로의 전환에 '올 인'하고 있는 만큼 테슬라의 독주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더욱이 샤오펑이나 니오, 리오토 같은 중국 신흥 전기차 회사도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중국이란 세계 최대 전기차 수요시장을 바탕으로 그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뉴욕 증시에 상장한 이들 3사의 시가총액 합산은 1400억달러(약 160조원)로 테슬라의 5분의 1 수준이지만 이들은 아직 본격적인 생산·판매 체제를 확립하기 이전 단계인 만큼 추가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크다.

 

이 와중에 애플이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다면 테슬라는 최대 강점인 '혁신' 측면에서도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 애플 역시 자동차 산업에선 신참이지만 이미 스마트폰이란 신시장을 개척하고 우위를 유지하고 부품 공급사에 대해 절대적인 장악력을 유지해 온 경험이 있다. 또 세계 최대 규모의 이익률과 이를 바탕으로 한 자금력도 갖췄다.

김도담 기자 dodam@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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